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이어폰을 껴야 하는 이유

나는 오랜 시간 많은 화장품 화학자들의 인터뷰를 보거나 논문과 연구자료를 확인한 후로는 백화점 판매원, 광고 회사, 뷰티 잡지의 내용을 조금도 신뢰하지 않는다. 화장품 연구와 관련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판매원의 설명이나 화장품 회사의 광고 또는 뷰티 잡지에 실린 내용이 완벽하게 허구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나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그런 화장품들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아무도 사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며 '마케팅 담당자들은 여성들이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피부를 지키고 싶거나 앞으로 지출하게 될 수백 수천만 원의 돈을 아끼고 싶다면 사실을 알기 위해 직접 노력해야 한다.

 

현재 화장품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유혹적인 광고와 새빨간 거짓말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당신의 피부에도 또한 당신의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여성들은 모르겠지만 화장품 산업 종사자라면 화장품 광고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또 얼마나 허위적이고 부정직한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보다 광고주의 힘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은 기자, 제작자, 편집자를 포함하여 모두 다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막상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먹고살려면 별 수 있겠냐"라며 그냥 웃어 넘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다. 결국 그들은 전국의 여성들이 허위나 과대광고에 속아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왜 멈추지 않을까?

"화장품 회사는 왜 계속 허위, 과대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여자들이 속고 싶어 하기 때문이며 실제로 계속 속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믿고 싶어 한다. 모든 소비자는 영원한 젊음과 깨끗한 피부에 대한 약속에 열광한다.

 

실제로 화장품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게 존재하고 이 중에는 수십 가지 이상이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 낸 것도 있다. 이 모든 제품들은 지금까지 새빨간 거짓말로 우리에게 기적을 약속했고 지금까지 그 기적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또 새로운 거짓말이 나오면 솔깃해한다. 왜 우리는 계속해서 거짓을 믿고 싶어 할까? 진실은 거짓만큼 달콤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규제만으로 허위, 과대광고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규제 기관들은 화장품 회사의 허위, 과대 주장에 대해 입증하도록 요구하지도 않고 시판 이전에 제품이나 성분에 대한 검사도, 승인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화장품 회사들이 제품을 기능성 화장품이라 부르던 뭐라고 부르던 아무런 입증이나 증명 절차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보면 2021년 기능성 화장품으로 등록한 화장품 품목은 9,200가지가 넘는다. 식품의약품 안전청의 '기능성 화장품 인증 절차'를 보면 굳이 개발해서 특별한 원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정해져 있는 기능성 고시 원료를 함량 기준에 맞춰 사용하기만 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 인증을 받았다고 광고하는 한 제품의 성분표를 보면 일반 화장품과 거의 다를 것이 없다. 기능성 고시 원료인 아데노신을 0.04%에서 많아 봐야 3% 정도의 함량으로 굉장히 조금 첨가했을 뿐이다.

 

이 정도 함량으로 기능성 화장품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면 아예 기능성 화장품과 일반 화장품을 따로 구분하지 않던지 아니면 소비자가 그 기능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인증 절차를 거친 제품만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증하도록 바뀌어야 할 것이다.